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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1 적당해서 좋았던 저녁 식사 - 해방촌 라이너스 바베큐
글
"비비큐 핏 보이즈~"
"우! 우!"
우리 (정확히는 호...)가 육식을 원할 때 장난으로 자주 외치는 구호예요.
아래의 채널은 BBQ Pit Boys라는 채널의 영상이에요!
아주 거친 할아버지들이 고기를 우악스럽게 다루며 비비큐를 해서 쳐비쳐비하게 먹는 모습이 주를 이룬답니다.
꾸준하게 칼과 총을 지니며 고깃덩어리, 불과 취미 씨름을 벌이곤 하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는 고기가 보이지 않고 저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무자비해보여서 뭐랄까... 인상은 찌푸려지지만 신기해서 보게돼요.
호도 이 채널을 알고 있었죠! 원래 호는 옥상이 있는 집에 살고 있고, BBQ 장비를 다루는 데 흥미가 있어요. 저도 물론 야외 숯불구이에 흥미가 있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 채널을 알게 된 것이죠. 저는 본래 목적이었던 소규모 캠핑용 BBQ를 찾다가 놀라서 도망가지만, 호는 손이 크고 또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저 채널을 즐기다보니 BBQ에 대한 이미지와 스케일이 육중하고 기골이 장대해졌어요 :-)
하지만 둘 다 한국에 살고 있고, 저것은 거의 환상일 뿐. 퇴근을 하고 만난 우리는 서울에서 소소한 비비큐 식당을 찾아요.
https://place.map.kakao.com/1643613113
라이너스바베큐앤치킨 해방촌점
서울 용산구 신흥로9길 4 (용산동2가 37-5)
place.map.kakao.com
호는 보통 식사 메뉴를 만나서 결정하는 편이에요.
"음~ 오늘을 어딜가면 잘 갔다고 소문이 나려나아~?"
하지만 메뉴는 얼추 결정되어 있어요..!
그리고 고된 노동의 한 주가 끝나면 본능적으로 호는 맥주가 끌리지만, 혹독한 금주령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 혹독한 금주령에 예외를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히히히)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딱 맥주 한잔만 하자!"
그렇게 해서 호는 바베큐 맛집을 떠올리고 (맥주는 고기로 연결되는 마법), 이 날은 라이너스바베큐에 전화를 걸어 웨이팅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택시타고 바로 이동을 했어요.
저는 바베큐 맛집을 잘 몰라서 호가 가는대로 따라갔어요. 그리고 우리도 7년을 만나며 상기하지만, 우리가 함께 식사하면 대부분 맛있는 식사가 되고 정말 정말 함께 먹어도 이건 아니다- 싶은 것은 한두어번 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 날의 저녁도 룰루랄라 신나는 마음으로 이동했죠!
녹사평에서 해방촌 오거리로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우리가 꽤 자주 가는 곳이에요. 한 때는 막걸리에 빠져서 갔고, 한때는 남산까지 산책(등산)을 위해 걷기도 했으며, 요즘에는 얼마나 변했나~ 옹기 가게와 함께 주변을 비교해보려고 가기도 했죠.
라이너스바베큐 해방촌 점은 그 길에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라이너스바베큐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는!
택시에서 내려서 두리번 거리다가 들어갔는데, 내부에는 뮤지션이 라이브로 공연 중이었어요. 컨트리 장르였는데, 한 주를 끝내고 입장한 식당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였죠.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호는 화장실로 사라졌어요.(흡)
그래서 제가 대충 골라놓았는데, 결국에는 호가 잘 아니까~ 시켜줬어요. 대충 2인세트와 소스 두어가지를 고르는 거였는데 이렇게 대충 쓰면 안되지만 메뉴판을 찍지 못해서 저는 기억나지 않아요... 찍어두었던 음식 사진을 올려두고 마저 회상해볼게요!

매시드 포테이토와 베이크드 빈즈(?) 고르길 잘했다는 기억이 있어요. 고기와 매우 잘 어울렸죠. 고기는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고 호는 말했어요. 왜냐면 BBQ 핏 보이즈의 눈으로 플레이트를 보았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나는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현대인은 언제나 고기를 과하게 먹고 있다는 혼자만의 믿음과 저의 튼실한 영양상태를 알기 때문이죠...
한 편, 빵 보들보들하니 맛있고 닭고기 부드러웠어요. 저 편썰어서 나온 고기맛은 기억나지 않아요. 엄청 맛있었으면 기억할텐데. 비비큐 고기 특성상 원래 촉촉함 유지하기 힘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괜찮은 고기였지만, 기억나지 않아요.

하필이면 딱 ! 위 사진은 맨하탄 칵테일잔만 포커스 아웃되었는데, 그런 날이었던 것 같아요. 고기와 술은 포커스 아웃되어서 흐릿하게 배경이 되어주었고, 배경과 같았던 음악과 공간의 분위기가 오히려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어 많은 이야기 나누었죠. 결론적으로 우리는 아주 적당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호는 양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더 먹었으면 비비큐 핏 보이즈가 되는 것이죠. (경고)
버번 베이스의 칵테일을 처음 마셔봤는데, 맛있어요. 버번 버번 벌붠~ ... 비긴어게인 영화에서 처음 들었던 단어예요.

여튼 그래서 시켜보았고, 그것을 베이스로 한 맨하탄 칵테일과 바베큐 플레이트는 잘 어울렸어요. 묵직하나 댄디한 마무리의 맛. 호는 밀맥주와 함께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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